가들이 2022. 6. 21. 05:49

나 홀로 푸켓 여행 후기

나 홀로 푸켓 여행 후기
나 홀로 푸켓 여행 후기

푸켓 도착부터 이야기입니다. mp3좀 들어주고 독고진 좀 무한 반복해주니 푸켓 도착했습니다. 급 정해진 거라 공부를 못해서 조금은 두려운 맘으로 나가는데 검색대 요원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더군요. 다들 그냥 나가는데 이상하게 나만 엑스레이 검색함. 가방 속 잔뜩 들어있는 면세품에 안면근육이 약간 씰룩거렸으나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 이제 호텔로 가야 하는데 푸켓은 물가 대비 택시비가 비쌌습니다. 공항-호텔까지 30분 거리였는데 650밧이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갈 때 1밧=37원이었음) 택시 삐끼들 사이를 지나치며 "왜 이래? 나 선수야 저리 가!" 이런 표정을 지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미니밴 오피스가 벌써 닫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5분 후 제 발로 삐끼한테 찾아가 깎아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10분 정도 흥정했지만 씨도 안 먹히더군요. 갑자기 이런 내가 없어 보이는 것 같아 그냥 650에 콜 해버렸습니다. 일단은 혼자 있어 보인다는 착각 속에 좀 더 머물고 싶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드디어 3일간 지낼 코트야드 메리엇에 도착하였습니다. 일단 체크인하고 내일 있을 팡아만 투어 지불을 위해 100달러를 들고 환전하러 나갔습니다. 현지시각 새벽 4시가 다되었는데도 빠통 시내는 번쩍번쩍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또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 속에 내가 꽤 잘 노는 사람인듯한 기분이 들어서 좀 좋았습니다. 약간은 과장된 런웨이 걸음걸이로 환전소를 찾아 걸어갔습니다. 5미터도 안 갔는데 웬 오토바이를 탄 브라질 사람들이 말을 걸더군요. 도도하게 노 땡스 외쳐주고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며 지나쳐 가줬습니다. 환전소 두 곳을 확인하고 둘 중에 그나마 환율 잘 쳐주는 곳에서 1달러에 30.1밧으로 환전하였습니다. 조금 더 가볼까도 했지만 있어 보이는 여자는 0.1밧에 연연하지 않을 거 같아 그냥 환전하였습니다. 환전 후 거리 구경 좀 하다가 업되서 시끄러운 밴드 연주 소리에 이끌려 한 클럽 앞에 도착했으나 갑자기 한없이 작아진 나를 느꼈습니다. 그래 난 혼자야, 혼자서 거길 들어갈 용기는 없었습니다. 결국 발길을 돌려 패밀리마트로 가 월드컵 어포 대짜 한 봉지와 선크림, 물티슈 등 미처 준비 못한 물건 몇 개 구입하였습니다. 혼자 여행 다니며 구질구질하기 싫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맞춤에 킬힐까지 신고 왔습니다. 곧 내 두발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더군요. 호텔까지 200미터만 가면 되는데 발이 땅에 붙어서 안 떨어졌습니다. 결국 저렴한 오토바이 택시를 타기로 하였습니다. 100밧트나 한다고 해서 순간 짜증이 확났으나 너무 아프고 귀찮아서 그냥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인터넷 연결하고 월드컵 어포 씹었습니다.

여행보다는 조식

아만 투어에서 호텔 앞으로 7시 30분에 픽업 온다고 했는데 조식 먹으려면 6시 30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여행 오면 절대 조식만은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설레는 맘을 진정시키고 누웠으나 바로 곯아떨어졌습니다. 부탁한 모닝콜인 줄 알고 받았는데 투어 회사에서 픽업 왔다는 전화였습니다. 깜짝 놀라서 시계 보니 7시였습니다. 7시 30분에서 45 사이에 픽업 온다 했는데 빨리 오셨더군요. 5분 기다릴 테니 내려오라하시더라구요. 순간 안 돌아가는 머리로 계산기 때려보았습니다. "지금 내려가면 조식을 먹을 수 없다. 게다가 난 너무 졸리다" 미안한데 5분 만에 준비 못한다고 말하면서 내일로 미루자고 했습니다. 그럼 내일 오겠다더군요. 그리고 다시 단잠에 빠져버렸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자다가 불안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서 시계부터 보았습니다. 다행히 9시라서 일단 눈곱부터 떼고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가짓수도 나름 괜찮고 맛도 다 좋았습니다. 첫날 조식에 그토록 그리웠던 모닝글로리 볶음도 나왔습니다. 밖에서 혼자 밥 먹는 거는 태어나서 처음이라 왠지 감격스러웠고 더 어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혼자 밥 먹은 거 하나 가지고 감격 떨었습니다. 하지만 곧 그런 감정 따위 잊어버리고 5 접시를 먹었습니다. 혼자 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다들 흘끗흘끗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2 접시 까지는 다른 테이블 의식하면서 깨작거렸으나 어느새 본연의 내 모습으로 흡입하였습니다. 흡족스러운 조식 후 방으로 돌아와 씻고 준비하였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구질하기 싫던 나였는데 킬힐이 남기고 간 날카로운 상처가 나를 뒤흔들었습니다. 혼잔데 볼 사람도 없잖아? 누가 신경 쓴다고? 결국 문방구에서 구입한 실내화를 꺼내어 신었습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편했습니다. 크록스같은 재질이라 가벼우면서 크록스와 달리 물속에서도 벗겨지지 않아 편했습니다. 게다가 5500원으로 저렴하여 보라카이에서도 애용할 예정입니다.

푸켓타운 구경

아무튼 팡아만 투어 불참으로 계획을 급 변경 푸켓타운부터 가기로 하였습니다. 호텔에서 나와서 쭉 5분 정도 걷다 보니 정실론이 나왔습니다. 살짝 구경하고 정실론 앞에서 택시 흥정하였습니다. 푸켓타운까지 500밧 부르더군요. 메뉴판처럼 가격표까지 인쇄해놓고 절대 안 깎아주더군요. 깎아보려 하다가 그냥 치사해서 500밧 냈습니다. 온 온 호텔 가자고 하는데 이해를 못 하셔서 아이팟에 저장해둔 지도 어플로 보여주니 그제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푸껫켓타운은 포르투갈 식민지 때의 모습이 남아있어서 포르투갈 건축양식의 건물이 많았습니다. 이온온 호텔은 "The beach"라는 영화에서 리오널드 디캐프리오가 머문 호텔로 나왔다고 합니다. 푸껫타운 관광명소에도 나오는데 뭐 그다지 크게 볼만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명세를 톡톡히 타서인지 많은 외국인들이 체크인하고 있었습니다. 유명하긴 하지만 내부는 그냥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느낌입니다. 입구 안쪽으로 작은 바가 있는데 나름 분위기 있고 좋았습니다. 온 온 호텔을 기점으로 워킹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건너편에 내가 너무 좋아하는 헌책방이 있었는데 책방의 냄새가 너무 좋았습니다.

맛있었던 국수

한참을 구경하고 몇 권 사고 싶었는데 헌책인데도 책이 너무 비쌌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살짝 배가 고파져서 미리 검색해둔 치라유왓 바미 국숫집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미 국수는 쌀국수가 아니라 계란으로 반죽한 밀가루 국수라고 합니다. 환타지아 디스코 근처라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온 온 호텔 근처 국숫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도 인터넷에서 봤던 곳인데 태국어 간판이라 당최 읽을 수가 없어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글씨를 보고 있자니 중학교 때 할머니가 내 영어책보고 꼬부랑글씨라고 하셨던 게 생각났습니다. 꼬부랑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치 빠른 종업원은 잽싸게 한국어 메뉴판을 가져다주시더군요. 역시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포크 치킨 시푸드 팟타이를 시켰습니다. 음식 생긴 건 좀 비호감에 가깝지만 너무너무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팟타이는 처음 먹어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45밧의 착한 가격도 좋았습니다. 아이스티도 시켰는데 한입 쭉 들이키고 뿜을 뻔했습니다. 이건 그냥 설탕물 느낌이더군요. 태국 사람들은 달달한 거 엄청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후로 음료 시킬 땐 설탕 약간만 넣어달라고 꼭 말하였습니다.